본문 바로가기

도기디어 이야기

이런 기분 느껴보셨나요?

 

 

타일러는 미국에 온지 10여일 되었을 때, 독트레이너 선생님을 만나러 가다 우연찮게 접한 Dream House Rescue라는 유기견 분양 단체로부터 위탁을 받아 함께 지내왔던 녀석입니다. Dream House Rescue의 주업무는 유기견의 Adopter(입양자)와 더불어 Foster(위탁자)를 찾는 일입니다. 입양자를 찾아 유기견을 분양하는 일 외에, Fostering이라고 하여 유기견이 분양이 될 때까지 위탁을 맡아줄 사람을 찾는 일을 합니다.

(관련글 : http://blog.naver.com/come2alex/100157888979)

 

위탁(fostering)을 받은 후로 평일에는 함께 지내고, 새주인을 기다리는 행사가 열리는 토요일과 일요일엔 아침에 데려다 주고, 분양이 되었을까 하는 마음에 저녁에 다시 데리러 가기를 반복하며 지내왔지요. 처음에는 딱딱하게 굴던 녀석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마음을 열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타일러를 보며, 이런 멋진 녀석이 유기견이라는 현실에 서글플 때가 많았습니다. 또 한주 한주 지나고 계속 분양이 되지 않으면서,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주말 저녁에 행사장을 찾아 타일러가 남아 있는 모습을 확인할 때마다 이별을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기쁘면서도 막막함과 조급함은 더해졌습니다. 끝끝내 분양이 되지 않아 시간이 되면, 안락사로 이어질 지 모르는게 유기견이기 때문이었지요. 게다가 제가 이 도시에 있을 시간은 6월 15일까지 정해져 있기에 그 전에 입양자를 찾지 못하면 타일러의 일생이 어찌 흘러갈지 알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너가 입양하면 되잖아?" 동물매게치료 트레이닝 모임과 독파크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에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죄책감은 더해져만 갔습니다. 저는 일 때문에 이 도시 저 도시를 전전해야 하고, 집 상황이 어떨지도 모르고 일 또한 마찬가지라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게다가 한국에 돌아가도 세 마리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자신있게 내가 입양을 하겠다고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는 저 자신이 이기적인 것 같아 자책감도 늘어만 갔고요. 그럼에도 타일러는 하루하루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조금씩 가르친 훈련도 잘 소화해 내고, 저를 졸졸 따라다니는 그림자처럼 변해갔습니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번번히 행사장에서 돌아오는 타일러를 보며 행사 단체장인 Carmen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 말에 눈물을 참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타일러가 많이 변했어. 너가 위탁을 받아가기 전만 해도 풀이 죽어 전혀 의욕이 없었는데, 지금은 항상 씩씩해. 그리고 분양받으려 오는 사람들이 있어도 자기는 든든한 주인이 있는 양 항상 도도해. 이제는 나 조차도 우습게 여기는 것 같다니까."

 

'절대 타일러가 안락사 당하는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매일 같이 여자친구님과 고민을 했습니다. 행사장에서 타일러를 어필하기 위해 여자친구님은 타일러의 장점과 행동특성을 기록한 'Tyler Diary'를 쓰기 시작했고, 저는 행사장에 전시할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도 분양이 안 되면, 우리가 한국에 데려가기로 끝내 결정을 했습니다.

 

어제도 아침에 타일러를 행사장에 맡기고 저녁에 데리러 갔습니다. 항상 그래왔기에 별다른 준비도 없이 행사장에 남아 있을 녀석을 데리러 갔지요. 그런데 타일러가 행사장에 보이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뭐가 뭔지 얼얼한 채로 남아 있는 개들 중에 타일러를 찾는데, Carmen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말을 붙였습니다. 타일러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 분양이 된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주인은 30여마리의 유기견 중에 다른 아이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타일러에게 다가와 바로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항상 도도한 타일러 또한 이 새로운 주인에겐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고 합니다. 아주 자상한 아주머니였다며 새로운 견주와 타일러의 조합이 잘 맞았다고 합니다. 엉겁결에 Carmen을 붙잡고 수고했다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타일러가 좋은 주인을 만났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면서도 계속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번이라도 더 꼭 안아줄껄 하고 대성통곡을 하는 여자친구님. 저도 어느 순간 미국에서의 생활 중 한 부분을 차지하며 항상 옆자리를 지키던 녀석이 어찌나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타일러가 아닌 다른 개였더라면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타일러는 5주간 많은 변화와 애정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Dream House Rescue의 또 다른 일원인 Margaret이 와서 위로를 해 줍니다.

 

"너희들은 정말 환상적인 Foster였어. 타일러는 누구보다 좋은 주인을 만났으니까 더 이상 걱정 하지 않아도 돼. 그렇지만 타일러가 분양이 되면서 느꼈을꺼야. 그 원더풀한 감정을. 지금은 슬플지 몰라도 그 감정은 경험하기 힘든거야! 너희들이라면 그 감정을 충분히 느낄꺼야. 안락사의 코앞에 다가선 아이들이 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로부터 구조가 되고 있어. 정말 고마워."

 

이런 기분 느껴보셨나요? 세상사 모든게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라지만, 기쁘면서도 슬픈 기분 말입니다. 기쁘면서도 한 없이 눈물이 흐르는 복잡한 감정을요.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있을 타일러의 부재가 허전해 견디기가 힘듭니다. 내 아이들보다도 더 만져주고 더 안아줬던 녀석인데. 새로운 주인과 행복한 일생을 보내길 바랄 뿐입니다. 가능하다면, 신시네티를 떠나기 전에 새로운 견주와 타일러를 찾아가 작별인사라도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