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견종과 함께 지내온 적도 있었지만, 사실 보더콜리를 알아온 후로 저의 주 관심 견종은 오로지 보더콜리 뿐이었습니다. 보더콜리에 대해 알아가면서 집요하게 더 보더콜리다운 보더콜리를 탐구하고, 그에 관한 정보와 지식에 심취하며 지내왔습니다. 해외의 뛰어난 개체를 국내에 소개하고, 그 개들이 잘 정착하여 뿌리를 내리고, 보더콜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보더콜리란 견종에 대해 이해를 하고, 또 그런 분들에게 좋은 개체들이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였습니다. 미국에는 한 해에 등록되는 보더콜리가 3만여 마리가 됩니다. 등록되지 않은 개체수까지 합치면 그 수는 우리네와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에 와 보니 보더콜리를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습니다. '아니, 이 훌륭한 견종이 미국 같은 애견선진국에서 왜 찾아 보기가 힘들까?'
얼마 전, Petsmart 직원이 추천해 준 독파크(개공원)를 찾아가 본 일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첫번째 보더콜리 성견을 발견했습니다. 조심스레 견주에게 다가가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그 견주는 보더콜리 한 마리 그리고 믹스견 세 마리와 함께 하고 있었는데, 전직 경찰이었다가 은퇴를 하고 Dog Walker(개 산책 시켜주는 일을 하는 사람)로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보더콜리와 그 문화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전직 경찰이었다던 나이 든 그 견주는 깜짝 놀랄 정도로 견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보더콜리는 인기 견종이 아닙니다. 번식과 분양은 가축이 있는 견사를 주로 이뤄지고 있지요. 이 녀석도 켄터키에 있는 견사에서 왔어요. 다른 견종은 쫓으려고만 하지만, 보더콜리는 쫓는 것을 넘어서서 대상을 가로 막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어요. 때문에 차와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는 견주가 많은 노력을 하여 교육을 해야 합니다. 사실 전 보더콜리라는 견종을 좋아하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견종이 유명해 지는 것은 원하질 않아요. 그리고 지금 저와 함께 있는 다른 아이들은 전부 믹스견이예요. 레브라도와 그레이아운드, 저먼세퍼드와 레브라도, 골든 리트리버와 스탠다드 푸들. 믹스견이라 해도 그 개의 조상이 어떤 견종일지 분석을 해야 해요. 각 견종의 특성이 남아있기에 그걸 이용하여 교육을 해야 하거든요. 또 견종을 넘어서 각 개체에 대한 분석도 해야 하지요. 그 어떤 창조물도 똑같지 않거든요. 공원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믹스견이 꽤 많고 각 개체가 전부 다 다르답니다."
저는 이 분의 말을 들으면서 알고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다시 한번 자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반 생활에 맞는 개를 교육하는 방법, 한 견종을 넘어서서 여러 견종에 대한 이해, 그리고 믹스견에 대한 사고방식에 대한 큰 숙제를 떠 안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상 일은 참 재미있습니다. 지금은 믹스견 두 마리가 제 옆에 있으니까요. 허스키 믹스견인 파라오(Pharaoh)와 잭러셀테리어와 하운드 믹스인 타일러(Tyler)입니다. 아래는 파라오와 타일러를 데리고 집 근처의 독파크에 가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파라오야 적어도 제가 여길 떠날 때까지 함께 할 녀석이지만, 타일러는 언제 이별을 해야 할지 모르는 위탁견이라 사진을 더 많이 찍게 됩니다. 물과 불 같은 앙숙지간이던 이 녀석들도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이젠 친구로서 잘 놀기도 하는 상태로 발전을 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솔직히 이 두 녀석과 함께 지내며 얻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도움을 주고 있는 트레이너들이 좋은 교육 정보를 주고 있기에 더욱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파라오의 견주는 이웃친구이고 타일러는 위탁견이기에 앞으로 이 녀석들과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더 많은 교훈을 저에게 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라오, 타일러!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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