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는 테니스 공을 물어오는 놀이를 유난스레 좋아합니다. 아마도 전에 타일러를 키우던 분이 적응을 시킨 듯 한데, 집 안에서 간단히 공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가능할 정도로 테니스 공에 집착을 합니다. 오늘 아침에 집안 벽에 테니스공을 던지며 타일러와 놀아주고 있을 때였습니다. 지쳤는지 가뿐 숨을 몰아쉽니다. 제가 얼굴을 쳐다보며 "힘들지 않아?"하고 묻자, 고개를 갸우뚱 할 뿐입니다. 공이 카우치 밑으로 들어가면 안감힘을 쓰며 공을 꺼내기도 하고, 여기저기에 부딪히며 튀기는 공에 얼굴을 맞기도 합니다. 도무지 말릴 겨를 없이 공을 쫓으며 즐거워 할 뿐입니다. 저는 이런 타일러가 재미있으면서도 공놀이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읽으려 부단히 노력합니다.
인간은 삶에서 많은 것들로부터 소외 당한 채 살아갑니다. 타인으로부터, 자연으로부터,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를 당하기도 합니다. 어디서나 소통의 부재가 심각합니다. '나'는 '너'와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며, 서로가 언제나 '그'로서만 제 3의 인물로서만 살아갑니다. 모든 대화는 거죽에서만 이루어질 뿐, 서로의 눈과 내면의 영혼을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영혼이 연결되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개들은 다릅니다. 이 녀석들은 항상 저의 눈을 바라보고 제가 하려는 것을 제가 원하는 것을 읽으려고 합니다. 자연스레 저 또한 눈을 마주치고 녀석들의 마음을 읽으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 안에 제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나를 만져 주세요. 내 앙증맞 은 발, 때가 낀 발톱, 중성화 된 생식기, 복슬복슬한 털, 단미된 짧은 꼬리, 투명한 눈을 보세요. 나는 나 나름대로 내 행복과 고통과 삶의 위안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에게 가 닿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번 나를 만져보세요. 나는 또다른 당신의 모습이예요."
이곳에 온 후, 편안하게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습니다. 새벽에 잠이 깬 날이면, 일에 대한 부담감은 둘째치고서라도 갑자기 세상과의 단절감을 느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 아무도 대답을 해 주지 않거든요. 그럴때면 저의 부스럭 소리에 이미 옆에 와 있는 타일러가 꼬리를 흔듭니다. 다소 철학적으로 들릴 지 모르지만, 타일러를 보면서 최초로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사람이 동물을 찾는 이유다!' 내 존재를,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상. 비로소 나를 안심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상이 동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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