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디어 문화 소개

미국의 독파크(Dog Park) 문화

도기디어 2012. 5. 31. 10:07

사람은 절대 자연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접촉으로 인한 행복은 누구에게나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자연이라는 것은 그저 그리워하고 꿈 꾸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소통하는 것이어야 몸과 마음으로 그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견주들은 자신의 개와 마음껏 뛰어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는 개들과 마음껏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개들과 뛰어 놀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은 언제나 큰 일거리입니다. 긴 시간 운전 하여 지방을 가고, 훈련소를 찾고, 남들의 눈을 피해 어두운 밤에 공터를 찾습니다. 운동장이나 공원도 마음 편이 드나들기 힘들거니와 가능하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기 일수입니다.

 

미국에는 법으로 정해져서 도시 곳곳에 독파크(DogPark-개 공원)가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도 거주지를 기점으로 30분 거리 내에 7개의 독파크가 있습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반려동물 문화의 단면입니다. 울창한 숲, 푸른 잔디, 언제나 시원한 물줄기를 내품는 수도시설, 그 안에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들과 뛰어 노는 모습에 언제나 미소를 짓고 환영을 하는 사람들. 이렇게 제도적으로 조성되어 있는 독파크는 사람과 자연이 소통할 수 있는 방편 중에 하나일 겁니다.

 

 

위 지도는 제가 지내고 있는 신시네티를 주변으로 독파크로 검색을 했을 때 표시되는 부분입니다. 유럽에 비하면 개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장소의 제약이 조금은 더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한국 생활에 익숙한 저로서는 놀랄 정도의 문화입니다.

 

 

 

위 지도 중에 제가 즐겨 찾는 독파크는 D 지점의 Mt. Airy Dog Park입니다. 옆에 큰 숲을 끼고 있기도 하지만, 보다 자연과 가까운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큰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기도 하고요.

 

 

공원 입구에 있는 공원 내 규칙입니다. 내용이 조금 많습니다. 자유에는 항상 책임이 따릅니다. 단순히 공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기 위한 규칙이 적혀 있습니다. 하나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사항들이지요. 말미에 위반시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 이 사항들은 벌금을 떠나서 개들과 사람을 위해 꼭 지켜져야 할 일들입니다. 하나하나 해석을 해 보겠습니다.

 

1. 독 파크에 와서 일어나는 위험성은 견주나 핸들러의 책임입니다.

2. 독파크 안에서는 리드줄이 필요없습니다.

3. 독파크에 들어설 때는 리드줄을 착용하세요.

4. 견주는 항상 리드줄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5. 리드줄 없는 개들은 견주의 완벽한 컨트롤 하에 있어야 합니다. 컨트롤이 어려우면, 다른 사람과 개들을 위해 리드줄을 착용하세요.

6. 견주는 개와 독파크에 같이 있어야 하며 개를 시야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7. 공격적인 개들은 출입을 금합니다.

8. 개들의 배설물은 견주가 치워야 합니다.

9. 성인과 동행하는게 아니라면, 13세 이하의 어린이는 출입을 금합니다. 개들에 의해 아이들이 넘어질 수 있습니다.

10. 개들이 판 구멍은 직접 메꾸어야 합니다.

11. 발정 중인 암캐는 출입을 금합니다.

12. 개들은 항상 인식표를 착용하고 있어야 합니다.

13. 개들은 현재까지의 예방접종이 완료되어 있어야 합니다.

14. 공원 유지작업 중에는 공원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15. 음식이나 간식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사나운 개들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핏불은 안 됩니다. 핏불은 법으로 위험한 개로 정해져 있고, 신시네티에서는 허용이 안 됩니다. 독파크의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경찰에 의해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울타리 밖에 있는 게시판입니다. 단순히 길 잃은 개들에 대한 공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원을 이용하며 다른 견주들에게 알리고 싶은 주의점이나 개들과 관련된 기사거리도 올려져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돌을 던지지 말아라. 캐취력이 좋은 개들은 그것을 물려다가 이빨을 다칠 수도 있다.'와 같은 글도 있더군요. 이런 글을 보고 쉽게 돌을 던질 사람은 없겠죠.

 

수영장을 가면 아동용 풀장과 성인용 풀장이 있듯이, 보통 개들의 사이즈에 따른 두 개의 단독적인 공간이 있습니다.

 

공원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잠금장치입니다. 개들이 언제 밖으로 나갈지 모르기에 문은 항상 닫혀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개들과 놀 수 있는 장소에서 항상 아쉬운 점이 손쉽게 드나들 수 있는 잠금장치였습니다. 그런 불편함을 깨끗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장치입니다. 간단하게 위로 밀고 들어가 가볍게 문을 닫아주면 저절로 잠금이 됩니다. 여러 공원을 다니면서 잠금장치의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원리는 대동소이 했습니다.

 

 

 

또 공원 내로 들어서기 까지 위 사진과 같은 이중의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번거롭다 할지 모르지만, 개들의 돌발적인 행동까지 세심하게 배려를 한 공간입니다.

 

 

개들의 배변을 치울 비닐 봉투들이 거치되어 있습니다. 봉투는 공원 내에서 비치해 놓는 것들도 있지만, 광고용 봉투도 있고, 일반 견주들이 기증을 한 봉투들도 있습니다. 또 자신이 별도로 봉투를 가져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개가 남긴 흔적은 자발적으로 치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쓰레기통이 있기에 어렵지 않게 줏은 배변을 처리할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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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시설부터 간단한 어질리티 장비, 그늘을 만들어 주는 큰 나무들과 벤치들, 편안하게 놀 수 있는 풀밭, 그리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개들을 대하는 사람들까지 독파크의 모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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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파크에서 만난 아이들 중 일부입니다. 개에 관해서라면 독파크를 찾는 모든 사람과 쉽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소한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믹스견인 자신의 개의 조상을 알고 싶어 DNA 테스트를 했다는 견주,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유기견을 구조한 견주, 이웃집 개 혹은 여자친구의 개를 대신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는 사람들, 반려견 트레이너, 대신 산책을 시켜주는 Dog Walker까지 삼삼오오 모여 개들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됩니다. 그러면서 사진을 몇 장 찍어주고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맺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들의 문화에 아쉬움은 있습니다. 미국은 유럽에 비해 견종 기준이 엄격하지 않습니다. 유럽은 견종의 기준에 대해 좀 더 까다롭고 믹스견의 비율이 낮은 반면, 미국은 믹스견이 상당히 많지요. 이건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AKC(미애견협회)를 주축으로 움직이는 미국 애견판이 관련 산업 부피를 팽창시키는 가운데 일어난 현상으로도 보입니다. AKC의 등록 기준은 유럽의 견종 종주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예를 들어, 롯트와일러나 저먼 세퍼드의 경우 부모견의 사진과 혈통사항, 건강사항까지 확인하여 등록과정을 하는 독일의 등록체계와는 달리 AKC는 믹스견도 강아지의 모습만 보고 등록을 허가해 준다고 합니다. 공장처럼 개들을 찍어내는 가운데, 남용되는 아이들 또한 많았을 겁니다. 그렇기에 이런 어두운 부분을 보완하려는 단체와 시설이 더욱 눈에 띠는 나라가 미국이기도 합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느끼게 되는 공통점은 비단 자신의 개에 관해서만이 아니라 개라는 동물에 관한 기본지식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독파크를 이용하며 주의할 점에 대한 지식과 책임감은 물론이고 사회화가 뭔지, 연령에 따른 개의 행동이 어떻게 다른지, 접종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견종에 따른 차이점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용품에 대한 지식, 관련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 등 상당히 치밀한 모습도 보여줍니다. 이런 지식으로 인해 관련 문화가 보다 탄탄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 모든 사람들이 개에 대해 이유 없는 두려움 보다는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따뜻한 시각으로 쳐다볼 수 있는 자세가 자리잡았을 겁니다.

동물을 쳐다보는 인식의 전환. 이것은 한국 반려동물 사회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숙제일 겁니다. 그리고 개라는 동물에 대한 기본 지식이 모든 견주들에게 일반화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독파크를 운영하게 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는 많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