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견종 확립에 힘쓰는 나라이며 세계 최대의 애견시장을 가진 나라인 미국이지만, 그 반면에 남용되고 도살되는 동물의 숫자도 세계 최대인 나라가 미국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목적성 있는 번식견 외에는 중성화를 일반화하여 번식 남용을 최소화 하고, 유기견 및 장애견을 적극적으로 구조하며, 애견 교육을 일반화 하는 등 이들의 눈물 나는 각고의 노력은 여기저기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지난 주엔 비영리 단체인 Dream House Rescue가 진행하는 유기견을 분양하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애견 트레이너를 만나러 미국의 대형 동물 용품 체인 회사인 Petsmart에 들렸다가 우연찮게 이 행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Petsmart에서 후원하는 행사이기에 매장 앞 주차장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은 유기견 센터와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을 주말을 이용해 새로운 주인에게 연결해 주는 일을 합니다. 유기견 센터(Rescue Center)는 유기견을 구조하여 중성화, 예방접종, 분양이 안 되는 아이들을 안락사 시키는 등의 일을 하는 곳이고, 보호소(Shelter)는 사정이 있는 아이들이 잠시 거쳐가는 곳입니다.
이 일을 진행하고 있는 Dream House Rescue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위 영상은 Dream House Rescue 일원이면서 이번 행사의 책임을 맡고 있는 Carmen과의 인터뷰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분양이 안 된 아이들을 구조하는 다른 방법이 없냐고 물어봤습니다. 끝내 분양이 안 된 아이들은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위탁자(foster)를 찾던가, 여유가 있는 다른 주의 보호소로 보내던가, 그러고도 분양이 안 되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합니다. 그럼, 입양이 안 된 아이들 중에 하나를 새로운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제가 위탁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신시네티에 남은 시간이 6주 뿐이긴 하지만, 괜찮다면 그 시간에 한 마리라도 시간을 벌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타일러(Tyler)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ADOPT ME(저를 입양해 주세요!) 크레이트 위에 있는 타일러에 대한 설명.
타일러 사진
Foster 계약서
타일러는 2살 정도 된 숫놈으로 잭러셀테리어, 하운드 종의 믹스견입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타일러는 맥이 빠져 있고, 소리에 대한 반응도 미미한 상태였습니다. ‘그래, 분양 행사로 지쳐 있는 너를 나와 함께 하는 동안은 생기발랄하게 지내도록 해줄게.’
현재 타일러는 저와 엿새 째 보내고 있습니다. 이 녀석과 지내면서 의외로 영특한 모습에 놀랍기도 하고 반면 안타까운 마음이 계속해서 듭니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재치 넘치는 녀석이 안락사 당할 날이 얼마 안 남았었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새로운 주인을 만날 수 있도록 주말마다 분양 행사장에 이 녀석을 데려다 줘야 합니다. 이번 주말이 될지, 다음 주말이 될지 이 녀석과 헤어질 날이 언제가 될지 모릅니다. 벌써 하나 둘 손발이 맞기 시작한 타일러이기에, 제가 이곳을 떠나는 시기에 맞추어 입양자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 입양자가 안 나타난다면, 그때는 너무나도 슬퍼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