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디어 이야기

파라오(Pharaoh)를 소개합니다.

도기디어 2012. 5. 2. 13:59

미국에 온 첫 날, 지내야 할 숙소를 중개해 준 다니엘의 사무실에서 크레이트를 발견했습니다.

 

"다니엘, 혹시 개 키워?"

"아, 허스키 종을 키웠는데 강아지 때 쓰던 크레이트라서 여기에 놔뒀어. 지금은 다른 곳에 있어."

"어디 있는데?"

"너하고 같은 건물에 사는 에릭이란 친구가 돌보고 있어. 원한다면 너가 매일 산책시킬 수 있을꺼야."

"정말?"

 

그렇게 에릭이란 흑인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기회가 될 때마다 산책을 시켜줄 목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여러 트레이너들을 만나면서 개가 없이는 효과적인 관계를 가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제가 그 녀석 교육 담당이 되기를 자청했습니다. 다행히 에릭도 흔쾌히 허락을 해 주었고요.

 

아래는 제가 교육을 담당하기로 한 7개월 된 허스키 믹스종인 파라오(Pharaoh)입니다. 에릭은 밤낮으로 일을 불규칙하게 하는 견주입니다. 일을 하러 나갈 때는 파라오를 집 안에 두고 갑니다. 에릭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파라오가 제대로 교육을 받지는 않은 듯 했습니다. 현재 상태로는 낮선 환경과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사회화가 덜 되어 있고, 상당히 산만합니다. 아직은 어린 녀석이라 사람과의 끊임 없는 접촉을 시도하고요. 하지만 배변 훈련은 잘 되어 있었습니다.

 

교육의 첫걸음은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부드러운 어투로 계속해서 대화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는 아래 훈련으로 꾸준히 사회화를 형성시켜 주고 보상에 관한 개념을 심어주려 합니다. 더불어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을 이어가려 합니다. 아래 훈련 과정은 보다 상세하게 Dog Training 게시판에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친밀감 형성하기

 

산책하기

 

클릭커 훈련 (Clicker Training)

 

Watch Me 훈련 (Eye Contact)

 

앉아 훈련

 

친밀감 형성하기 : 부드러운 어투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시도하고, 스킨쉽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할 때면, 'Good Boy' 같은 말을 지속적으로 해 주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업무를 볼 때도 곁에서 쉬게 하며, 저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줍니다. 조금 불편한 점은 파라오의 견주가 미국인이기에 항상 영어로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책하기 : 서로에 대한 신뢰와 교감, 그리고 사람과 사물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산책만한 것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세상을 알게 해 주는 과정입니다. 파라오는 배변을 위해 집 뒤에 있는 주차장만 다녀서 보다 폭넓은 세상에 대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다른 개에 대한 긴장감, 소리에 대한 두려움, 움직임에 대한 예민함 등 여러가지로 사회성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클릭커 훈련 (Clicker Training) : 클릭커는 '똑딱' 소리를 내는 도구인데, '클릭 후 보상'을 반복적으로 실시하여 보상의 개념을 심어주는 도구입니다. 개를 교육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 원리가 보상(먹이나 칭찬)입니다. 클릭커에 대한 반응이 익숙해지면, 클릭 소리에 개는 보상을 찾게 되어 있습니다. 어딘가로 향하다가도 클릭 소리에 주인에게 다가오는 것이지요. 사실 클릭커 훈련에 대한 찬반논란이 있습니다. 개를 다소 기계적으로 만든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이 부분에 상당히 동감하는 바입니다. 긴 시간을 두어 교감으로서 형성되는 관계가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그렇지만 파라오와 제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6주 밖에 없습니다. 클릭커 훈련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Watch Me 훈련 (Eye Contact) : 개가 주인에게 집중을 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교육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Watch Me 훈련'은 기본적으로 수행해야할 일입니다. 파라오가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파라오를 부르며 외칩니다. "Watch Me!" 파라오가 저를 보면, 먹이나 칭찬으로 보상을 해 줍니다. 파라오 같은 경우는 이름을 불러도 저를 보지 않기 때문에 먹이로서 유도하여 Eye Contact를 시도했습니다. 점차적으로 횟수를 늘리며 반복을 하자 집중하는 시간도 늘어났고요. 앞으로는 먹이를 이용하지 않고, 칭찬으로서 집중을 할 수 있는 단계로 가 보려 합니다.

 

앉아 훈련 : 정확한 앉아 훈련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앉아'라는 명령어 보다 '앉아'라는 행동이 무엇인지 인지를 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그만 간식거리가 필요합니다. 간식을 검지와 엄지로 잡아 파라오의 코에 가져 갔다가 서서히 위로 올립니다. 파라오는 먹이를 올려다보며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땅에 붙이게 됩니다. 그때 보상을 해 줍니다. 클릭커를 함께 사용해도 좋습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앉아'라고 말합니다 ---> 간식을 쥔 손을 개의 코에서 머리 위로 서서히 올려줍니다 ---> 개의 행동이 올바른지 확인합니다 ---> 먹이나 칭찬으로 보상을 해 줍니다 ---> 명령을 해제시킵니다

 

실내에서 놀아주거나 먹이를 줄때도 반복적으로 실시를 하고, 산책을 나가서도 자주 실시를 합니다. 신뢰할만한 수준이 되면, 여러가지로 유용한 명령어가 됩니다. 파라오는 단 이틀만에 꽤 만족할만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보다 정확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반복연습을 할 예정입니다.

 

 

파라오는 산만한 장난꾸러기에 아직 세상을 몰라 낮선 환경에 긴장을 많이 하는 녀석입니다. 그렇지만 의욕도 좋고 성격도 밝은 녀석이지요. 에릭이 한번도 혼내지 않고 키운 녀석이라 주눅 들어 있는 모습도 없습니다.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저에게는 참 다행스런 일입니다. 지금은 모든게 새롭고 인내를 가지고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녀석이지만, 좋은 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녀석이라 생각합니다. 다행이 부족한 저를 언제든 도와주는 트레이너들도 있고요. 신시네티에 있는 남은 6주 동안 파라오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 갈지 기대가 됩니다.